"기계가 사람보다 낫다… 이제 기업 의사결정도 AI에 맡겨라"

입력 2017-10-25 17:48  

앤드루 맥아피 MIT 수석과학자
'인텔 SHIFT 2017' 기조연설

살아남는 기업이 되고 싶은가?
감정에 의한 판단으로 위기 초래
낡은 경영 버리고 머신을 믿어라

이미 인간을 넘어선 AI 잘 활용해야 이익 낼 수 있어

신기술시대 신경영 공식
핵심 경쟁력, 내부서 찾지 말고
똑똑한 '집단지성' 받아들여라

엄청난 돈 버는 애플처럼…
제품보다 플랫폼에 주목하라



[ 뉴욕=김현석 기자 ]
“더 이상 직관과 감에 의존하지 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인공지능(AI)에 맡겨라.”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이트모던에서 열린 반도체 기업 인텔의 ‘SHIFT 2017’ 행사장. 인텔이 세계 거래기업의 고위 임원을 초청해 AI, 자율주행, 드론(무인항공기) 등 최신 기술 흐름을 논하는 자리다.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수석과학자(슬론경영대학원 교수,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장)의 기조연설에 청중이 술렁였다. 그는 ‘엔터프라이즈 2.0’ 등의 용어를 만들어낸 베스트셀러 《제2기계혁명》으로 유명하다.

맥아피 교수는 기존의 기업 의사결정권자를 ‘히포(HIPPO)’라고 불렀다.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 paid person’s opinion)’을 줄인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마처럼 둔해 변화에 느리다는 뜻처럼 들렸다.

S&P500 기업 중 절반이 10년 내에 사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시대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8년 모든 업종의 상위 20개 회사 가운데 최소 40%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신생 경쟁자에 의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아피 교수는 이런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첨단기술을 적극 수용하라며 세 가지 조언을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 언론사 중 처음으로 행사에 초청받았다. 그의 기조연설을 요약한다.

◆경영에 AI를 활용하라

기업이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과거 방식대로 경영해서다.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의 경영방식을 버려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겠다.

먼저 AI가 사람보다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라. 20여 년 전 인간과 기계 사이엔 ‘단순반복 작업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표준적 파트너십이 형성됐다. 그래서 잭 웰치 등 은퇴한 최고경영자(CEO)들은 CEO를 맡았을 때 얼마나 힘든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자서전에 썼다. 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다닐 때도 의사결정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요즘 의사결정은 히포가 한다고 한다. 임직원 중 가장 많은 돈을 받는 CEO들은 경험과 직관 등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실패가 많다. 사람은 편견과 불완전한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히포는 요즘 큰 적수가 생겼다. 바로 ‘긱(geek)’이다. 긱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결정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파고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제2국 대결에서 알파고가 37번째 수를 놓자 바둑계는 충격에 빠졌다. 3000년 역사를 가진 바둑에서 절대 놓지 말라고 배운 수였다. 그 수로 알파고가 이겼다. 바둑은 상대방 수에서 의도를 읽고 대응한다. 그래서 알파고가 37번째 수를 놨을 때 이 9단은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고 당황했다. 알파고가 더 나은 선택을 한 게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나는 바둑이 유일한 분야가 아니라고 본다. 유전공학, 투자, 암 치유 등 복잡하고 데이터가 많은 분야에서 AI가 활약할 수 있다.

머신(기계)의 성과가 낫다는 증거도 있다. 윌리엄 그루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가 지난 50년간 발표된 의학·심리학 분야의 논문과 통계적 예측 간 정확성을 분석했더니 전문가 진단과 통계적 예측이 일치하는 게 46%였고 통계가 더 정확한 경우가 48%였다. 인간인 전문가가 확실히 앞선 경우는 6%에 불과했다.

AI의 역사는 60년가량 됐다. 앞의 55년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최근 5년 동안엔 엄청난 발전을 했다. AI는 인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심지어 그것을 넘어서고 있다. 히포는 위기를 맞았다. 이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바둑 전문가들은 기계가 인간을 앞서는 일이 일어날 경우 훨씬 더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야에서 AI가 이미 인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활용하라.

◆대중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라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회사 내부에서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다른 기업이 갖지 못한 핵심 경쟁력이 뭔지 찾아내고 그것을 잘하면 됐다. 하지만 핵심 경쟁력은 최근 대중에 의해 계속 패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수많은 인간에게 뒤처지는 것이다. 집단지성은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비트코인 등 놀라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자들은 최근 집단지성의 힘을 입증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빠르게 게놈시퀀싱(게놈 분석)을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인 톱코더(Topcoder)에 테스트를 올렸고 2주간의 경연대회에서 69개국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대부분은 쓸모없었지만 세 명이 낸 알고리즘은 하버드대 메디컬스쿨, 미국 국립의료원이 만든 것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게놈을 분석해냈다. 그들은 의학·바이오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퀀토피안이란 미국의 퀀트 헤지펀드가 투자 알고리즘 경연대회를 연 적도 있다. 19번 경연이 벌어졌는데 네 번은 퀀트 전문가가, 한 번은 퀀트 트레이더가 만든 프로그램이 이겼다. 하지만 나머지 14번의 승리자는 물리학자, 공학 엔지니어 등 외부인이었다.

핵심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집단지성은 굉장히 똑똑하다. 그들을 수용하라. 내부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대중 속에서 최고의 두뇌를 발견해 아웃소싱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진흙 속에서 다이아몬드 찾기’라고 하지만 디지털 기술 발달로 그들을 찾는 비용이 대폭 줄었다.

◆제품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라

제품보다 플랫폼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당신 기업이 제품 위주인지, 플랫폼 위주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스티브 잡스는 당시 “애플이 개발하지 않은 어떤 앱(응용프로그램)도 내려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건 제품의 품질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애플은 외부 개발자들이 개발한 앱 500개를 팔기로 했다. 며칠 만에 1000만 건이 다운로드됐고 그리고 산업이 바뀌었다. 성공적인 플랫폼을 만들면 엄청난 이익이 난다. 지금 애플은 전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는 이익의 100% 넘게 번다. 삼성이 좀 벌고, 나머지 회사들은 다 합쳐서 적자를 낸다. 스마트폰 제품은 비슷하다. 차이는 플랫폼이다.

제품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라는 얘기다. 가장 큰 택시공유 서비스업체(우버)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으며, 가장 큰 숙박공유 서비스업체(에어비앤비)에는 건물이 없다. 가장 많은 물건을 파는 소매상인(알리바바)에는 재고가 없고, 가장 가치 있는 미디어 회사(페이스북)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애플스토어에는 220만 개 이상의 앱이 있지만 애플이 개발한 건 극소수다.

플랫폼은 기업이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회사는 게이트키퍼가 돼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플랫폼은 잘 설계해야 하며 다양한 참여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번 만들고 나면 디지털 세계에서 쉽게 확장되며 수익성이 높다.

정리=김현석 뉴욕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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